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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에 즈음하여 / 권순진

수로보니게 여인 2014. 9. 8. 13:38

 

나이 오십에 즈음하여 / 권순진 



눈이 원시가 되면 멀찌감치 떨어져서

사물을 보라는 것 아니냐

신문도 작은 글씨는 읽지 말고

사전 따위는 아예 뒤적거리지 말라는 뜻 아니겠느냐

이가 부실해지면 잇몸과 혓바닥으로

뭉개어 음식을 삼키라는 전갈이고

갈비 같은 것에 야성이 발동하는 대신

순두부처럼 유순한 것과 친숙해지란 말 아니겠느냐

 

이.비.인후도 마찬가지겠지

된소리 억센 소리는 듣지 말고

말로 내뱉지도 말 것이며

가능하면 풀벌레 소리나 나뭇잎 스치우는

바람소리에 더 귀를 자주 열라는 복음 아니겠는가

그래야 귀에 똥이 차지 않는 법

코 역시 이제 더는 향수냄새에 컹컹대지 말 것이며

특히 돈 냄새는 멀리하고 시시한 방귀 따위에는

코를 벌렁거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나는 목이 아프다

목구멍이 아니라 모가지가 뻑쩍지근하여

영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이젠 고개만 돌려서 360도 시야를

확보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지 싶다

제기랄 누가 저렇게 좋은 차를 타고 다니지

하고 고개 돌리는 것도

쭉 뻗고 탱탱한 그림의 떡 젊은 여인

고개 돌려 다시 돌아보는 일도

씨팔 이젠 그만 포기해야 할까 보다

사십대라 하기엔 송구한 나이는 가고

오십대라 하기엔 너무나 억울한

나이 50의 고개를 막 넘은 지금

고개 옆으로 돌리니 삐걱 소리가 다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