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길 다란 능선들의
저 육중한 몸뚱이
하늘아래 퍼질러 누워
그저 햇살이나 쪼이고
바람과 노니는 듯
빈둥빈둥
게으름이나 피우는 듯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틈에
너의 온 몸
연둣빛 생명으로
활활 불타고 있는가
정중동(靜中動)
고요함 속
너의 찬란한 목숨
-정연복의 ‘도봉산’ 전문
◀ 파릇파릇 연둣빛 세상. 참나뭇잎에 연초록 물이 잔뜩 올랐다.
치렁치렁 늘어진 길섶 국수나무 이파리도 미나리색 물감범벅이다. 계곡에선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두런두런 아련하다. 풋풋한 봄햇살에 기름이 자르르 흐른다. 밥 안먹어도 배부른 오월 숲길. 사람들은 느릿느릿 옆동네 마실 가듯 걷는다. 봄이 노릇노릇 맛있게 익었다.
서영수전문기자 uki@donga.com
도봉(道峯)은 ‘봉우리길’이다. ‘길 道(도)’+‘봉우리 峯(봉)’의 합성어이다. ‘바위로 된 하늘길’이 도봉산인 것이다. 울퉁불퉁 거친 칼금이 산과 하늘을 가른다. 칼금 위쪽은 푸른 하늘이다. 그 아래는 젖빛 화강암이다. 하늘 조각공원 같다. 늘 푸른 소나무가 근육질의 바위에 뿌리를 박고 서있다. 푸른 다복솔이 희뿌연 바위에 점점이 웅크리고 있다.
도봉산은 서울 북동쪽에 우뚝우뚝 솟은 산이다. 한반도 등뼈인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한북정맥의 줄기다. 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으로 이어지는 100여 리(40여 km)의 꿈틀꿈틀 용틀임바윗길이다. 북한산을 바로 앞두고 말갈기처럼 삐죽삐죽 뻗쳐 있다. 영락없는 ‘무스 바른 머리카락’이다.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긴 곳
홀로 앉은
가을산의 어스름
호오이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보나
울림은 헛되이 먼 골골을 되돌아올 뿐’
-박두진의 ‘도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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