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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서 나는 내가 살지 않은 생을 살아요

수로보니게 여인 2007. 11. 9. 14:28
 

서재에서 나는 내가 살지 않는 않은 생을 살아요”

                        에드워드 멘델슨 美 컬럼비아 대학 교수


책에는 무책임한 향락(pleas-ure)이 있다”고 에드워드 멘델슨(Edward Mendelson.61)미국 컬럼비아 대학 영문과 교수가 말했다.

"책은 내가 살지 않은 生(생), 가지 않은 길을 책임질 필요 없이 탐색하게 해 줍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으면 실제로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살인의 고뇌를 생생하게 이해 할 수 있지요." 8층 창문아래서 자동차들이 뛰뛰빵빵 경적을 울렸다. 빠르고 바쁘고 비싸고 화려하기로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도시가 이른 오후의 활기를 뿜고 있었다. 그러나 스토브위에 찻물이 보글거리는 아파트는 거리의 소란이 꿈인 것처럼 태평하고 한가로웠다. 보이는 벽마다 천장까지 책이 꽉 찬 이 아파트에서 지난해 멘델슨은 ‘인생의 일곱 계단’(에코의 서재)을 썼다.  우리나라 문학 팬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19~20세기 영문학의 명작 소설 일곱 편을 골라 탄생, 유년, 성장, 결혼, 사랑, 부모가 되는 것, 노년 등 인간이 인생의 주요 단계에서 맞부딪치는 감정적.도덕적 고뇌를 해설한 책이다.

가령 그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서 한 인간이 태어나는데 얽힌 의미를,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에서는 나와 상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유년기에만 가능한 열정적인 사랑을 음미했다.


그는 ‘책은 꼭 살아있는 사람 같다 ’고 말했다. 그가 뭔가 물으면 책이 대답을 한다. 그에게 독서는 대화’다. 좋은 친구가 그렇듯, 좋은 소선도 읽을 때 마다 새롭다. 나는 사람을 사귀듯 책과 사귑니다. 활자를 수동적으로 주르륵 읽어 내려가는 게 아니라 작가에게, 등장인물에게 ‘당신은 누구이며, 내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끊임없이 질문하지요. 좋은 책은 내게 늘 다른 대답을 들려줍니다. 젊어서 읽을 때와 나이 먹어서 일을 때 감흥이 다릅니다. 당연하지요. 읽는 내가 다른 사람이 됐으니까요.”


책과 사귀는 것이 평생의 업이었지만, 애초의 꿈은 다른데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하루에 한 편씩 시를 썼다. 어느 날 습작을 선생님께 보여주자 네 시는 W.H 오든(1907~1973)이 젊었을 때 쓰던 시와 비슷하다”고 했다. 얼른 뛰어가서 오든을 읽어봤더니 과연 비슷하더군요. 오든이 나보다 훨씬 잘 썼다는 것만 빼고.”


시인이 되는 걸 포기한 뒤에도 시는 여전히 인생의 열쇠로 작동했다. 존스 홉킨스대학에서 영문학 석‧박사를 딴 그는 7~8년 동안 방학 때 마다 영국에 날아가서 도서관을 돌며 오든이 잡지에 기고한 글을 추려서 목록을 만들고 복사했다. 인터넷 앞에서 손가락으로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종이 먼지를 들이마시며 수천 권, 수만 권을 뒤지는 중노동이었다.

그래도 보람이 있었다. 멘델슨이 예일대 교수 2년차일 때 오든이 학교를 방문했다.

노 시인이 “내가 쓴 글 중에서 기억나지 않는 것이 많아 안타깝다”고 하자, 멘델슨이 “잠깐 기다리시라”고 하고 집에 뛰어가서  두툼한 파일 21개를 안고 뛰어왔다. 시인이 세상을 떠난 뒤, 멘델슨은 시인의 유언에 따라 그의 작품을 총괄하는 ‘문화적 유산 집행인’ 이 됐다. 오든의 축복은 멘델슨이 영미 지식인 사회에서 일급문학 평론가로 우뚝 서는 초석이 됐다.  

멘델슨은 “우리가 문학 작품에서 감동받는 대목은 우리 자신에 대해 많은 걸 알려준다” 고 했다. 시를 쓰던 스무 살 언저리엔 ‘고독’을 다룬 문학 작품이 유독 가슴에 와 닿았어요. 대단한 작품은 전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서른을 넘기니 연애와 결혼 얘기가 흥미로워지고, 그 뒤엔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가 재미있어 졌어요.

독서의 또 다른 즐거움으로 멘델슨은 “내가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즐거움”을 들었다.

“평생 제인 오스틴은 선남선녀의 戀愛談(연애담)이나 쓰는 진부한 여류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불현듯 오스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한결같이 돈 때문에 진심으로 원하는 뭔가를 잃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반대로 원하는 걸 가지고 지키려면 돈을 얻을 수 없고요. 아, 이 오스틴은 돈에 대해 쓴 작가구나. 그걸 왜 여태 몰랐을까!’했지요.


그는 ‘古書(고서)나 초판본이 아닌 문고판 책을 오랫동안 지니다가 버려야 할 때가 오면 마음이 쓰리다“고 했다. 그것은 함께 늙은 정든 말 상대를 잃는 슬픔일 것이다.


                              원제 The Things That Matter

                       ☞동영상 chosun.com goodluck@chosun.com


                                   김수혜 기자   2007.11.6

 

 


P S: "좋은 사람들은(책을 통해) 좀 더 차분하고 용감해지며,

     불안과 질투를 극복하고 불의와 재난을 견딜 능력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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