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하나의 중요성
오래전 학술잡지의 편집을 맡아 있을 때였다. 전문 용어투성이에 딱딱하고 재미없는 논문을 정독하여
틀린 글자를 찾아내는 일이 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 정말 눈 빠지게 열심히 교정을 봤다.
첫 인쇄본이 책상위에 얹히자 표지부터 찬찬히 훑어나갔다. 오래 볼 것도 없이 굵은 제목 하나가
눈에 번쩍 띈다. '황칠나무' 가 '황철나무' 로 잘못 인쇄된 활자가 너무나 선명했다.
'황칠' 과 '황철' 은 '님' 과 '남' 의 차이 못지않게 다르다.
황칠나무는 남쪽 섬 지방에 자라는 늘 푸른 나무고 황철나무는 중부이북에 자라는 낙엽 지는 나무다.
최근에 온라인 세상에서 또다시 아픈 경험을 하게 되었다. 미국 '야후' 에 나무 '금송' 의 학명(學名)을
영어로 검색했다가 질겁했다. 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만 달랑 떠올랐기 때문이다.
적어도 수십 개의 관련 홈페이지가 올라와야 정상인데 이 어인 일인가.
확인을 해보니 나는 오랫동안 'Sciadopitys' 라는 금송의 학명을 'Sciodopitys' 로 잘못 쓰고 있었다.
'a' 를 'o'로 틀리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에서 오직 나만 아는 엉터리 학명을 지금까지 써 왔으니
톡톡히 망신을 당한 셈이다.
이렇게 한번 잘못 나가 버리고 나면 바로 잡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수정이 어렵기는 아날로그보다
디지털 세상이 훨씬 더하다.
조선일보 스크랩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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