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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의 세설신어] [16] 칭찬 교육

수로보니게 여인 2009. 8. 14. 22:35

 

[정민의 세설신어] [16] 칭찬 교육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 2009.08.13 23:05

 

 

시인 백광훈(白光勳·1537~1582)은 아내와 자식들을 고향에 두고 서울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했다. 그가 자식에게 보낸 편지 24통이 문집에 실려 있다. 편지 중에 특별히 내 눈길을 끈 것은 형남(亨南)과 진남(振南) 두 아들에게 막내 흥남(興南)이의 교육을 당부한 대목이다.

45세 때인 1581년에 쓴 편지에서는 "흥남이도 공부를 권유하되 마구 힐책하지는 마라. 향학의 마음이 절로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다른 편지에서도 "흥남이는 늘 잘 보살피고 북돋워 일깨워서 저절로 배움을 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절대로 나무라거나 책망해서 분발함이 없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또 "흥남이의 글 중에 간간이 기특한 말이 있더구나. 이 아이가 능히 배운다면 내가 다시 무엇을 근심하겠느냐. 기뻐 뛰며 좋아할 게다. 너희는 곁을 떠나지 말고 권면하고 가르쳐서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하도록 하여 마침내 성취가 있게 한다면 다행이겠다"고 적었다.

서울에서 머무느라 어린 막내에게 사랑과 훈도를 베풀 수 없었던 아버지는 이처럼 형들에게 계속 편지를 썼다. 칭찬을 통해 향학열을 분발시켜야지, 야단과 책망으로 의욕을 꺾으면 안 된다는 것이 일관된 당부였다.

퇴계 선생의 '훈몽(訓蒙)' 시에 이런 것이 있다. "많은 가르침은 싹을 뽑아 북돋움과 한가지니, 큰 칭찬이 회초리보다 훨씬 낫다네. 내 자식 어리석다 말하지 마라. 좋은 낯빛 짓는 것만 같지 못하리(多敎等�O苗, 大讚勝撻楚. 莫謂渠愚迷, 不如我顔好)." 어떤 이가 자기 밭에 심은 곡식이 싹이 잘 안 자라자 싹을 강제로 뽑아 올라오게 했다. 그리고는 자라는 것을 도와주었다(助長)고 자랑했다. 다음 날 보니 싹은 다 말라 죽어 있었다. '맹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덮어놓고 많이 가르치고, 이것저것 배우게 하는 것은, 욕심 때문에 멀쩡한 싹을 뽑아 올려 싹을 죽이고 마는 어리석은 농부의 행동과 같다. 정색을 한 매질보다는 칭찬이, 어리석다는 야단보다는 신뢰를 담은 기쁜 낯빛을 짓는 것이 자식의 바른 성장에 훨씬 낫다는 말씀이다.

아이가 불쑥 영어 한두 마디 한다고 무슨 천재라도 난 줄 알고 영재교육이다 뭐다 해서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부모의 칭찬과 든든한 신뢰, 그리고 환한 낯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