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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의 서양미술산책] [6] 미술가의 교육

수로보니게 여인 2009. 6. 10. 20:06

 

 

[김영나의 서양미술산책] [6] 미술가의 교육

서울대 교수·서양미술사

입력 : 2009.06.09 22:36

 

나의 이메일 이름은 첸니니다. 이메일을 계정할 때 마침 중세 이탈리아의 화가 첸니노 첸니니(Cennino Cennini·1370?~1440?)에 대한 책을 읽고 있어서였다. 작품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첸니니가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이유는〈일 리브로 델라르테(미술의 책)〉를 썼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익힌 기술을 다른 미술가에게 전수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3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 그는 모든 미술의 기본은 드로잉이며, 도제 첫 일 년 동안 매일 종이나 패널에 펜·초크·목탄·붓으로 연습하라고 충고했다.

르네상스에 들어오면 화가의 훈련은 기술단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론과 지식, 과학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드로잉에 대한 강조는 여전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는 관찰력과 상상력을 키우려면 항상 스케치 북을 가지고 다니라고 권장했다. 1563년 아카데미아 델 디세뇨가 세워져 처음으로 미술을 체계적으로 가르친 이후 유럽 미술 아카데미의 기본과정은 인체와 석고 드로잉으로 이루어졌다. 이토록 드로잉을 강조한 이유는 서양회화가 주로 역사·종교·신화를 주제로 하는, 기본적으로 인물을 그리는 미술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는 사람이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표현, 동작, 운동감에서 감정을 읽고 주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15세기 초 첸니니의 제단화.
19세기 중반부터 이에 대한 반발이 시작되었다. 미술가들은 그림을 그리는 데는 하나의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미술가들과 구별되는 독창적인 양식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바로 모더니즘 미술가들이다. 그러나 모더니즘 미술이 중요시한 창의력과 자기표현 중심의 실기 교육이 지나치게 엘리트적인 미술가를 양산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폴 게티 재단에서 미술가 지망생들에게 성(性)·인종 등 다양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인문 교양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우리나라 모 대학의 미대 입학시험에 실기가 없어진다고 한다. 우리 시대의 훌륭한 미술가를 키우기 위한 바람직한 교육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