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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수로보니게 여인 2008. 5. 2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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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오늘날 '88만원 세대'로도 불리는 20대의 현실과 환상을 그린 장편소설 《퀴즈쇼》의 작가 김영하(40·사진)씨가 최근 서울에서 살던 아파트를 처분했습니다. 향후 1~2년 동안 지구촌 떠돌이로 살면서 창작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랍니다. 얇고 가벼운 노트북도 새로 샀습니다.

 

망명도 아니고 이민도 아닙니다. 살던 집까지 정리하고서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다가 글을 쓰겠다는 작가는 아마 우리 문학사에서 처음 등장하는 '신인류(新人類)'가 아닐까요. 소설가 황석영씨가 최근까지 런던과 파리에서 머물렀고, 이문열씨가 현재 미국 하버드대학 초청으로 현지에 머물고 있지만, 집까지 팔아서 '올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략)

"이러다 엔진이 너무 과열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작가가 처음 됐을 때의 초심이랄까, 그런 것을 생각하게 됐는데요. 돌이켜보니 그때가 작가로서 가장 행복했던 게 아닌가 싶더군요. 처음 소설을 쓰던 때의 그 마음, 집중에서 오는 기쁨, 뭐 그런 것들을 찾아보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거지요." ... 
 

                                           "소설가 김영하, '디지털 노마드'가 되다(chosun.com)"
                                        '박해현 기자의 컬처 메일' 전문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에서 사려져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된 것이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법정, 현대문학 1971. 3.)"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빈손으로 살아갈 수는 없겠지요. 필요한 만큼은 가져야 하지요. 하지만 필요는 자꾸 커져만 갑니다. 하나를 가지면 다른 하나를 더 얻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니까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자유를 생각하고 일탈을 꿈꿔보지만 늘 그렇듯 현실은 계속 같은 자리에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다 버리고 떠나는 작가가 부럽기까지 하네요.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말로 위로해 봅니다. 언젠가 우리도 떠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다만
그날을 기다리며 미리 버리는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 조선일보 DB

"떠나게 된 계기랄까, 그런 것은 글쎄요"라고 입을 연 김영하씨는 "그냥 지난해 조선일보 연재를 마치고 《퀴즈쇼》를 출간하면서 그동안 너무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출국의 변을 밝혔습니다. 2004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검은 꽃》과 2007년 만해문학상 수상작 《빛의 제국》에 이어 《퀴즈쇼》에 이르기까지 장편만 내리 3권을 냈으니 피로감을 느낄 만도 하지요.

"이러다 엔진이 너무 과열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작가가 처음 됐을 때의 초심이랄까, 그런 것을 생각하게 됐는데요. 돌이켜보니 그때가 작가로서 가장 행복했던 게 아닌가 싶더군요. 처음 소설을 쓰던 때의 그 마음, 집중에서 오는 기쁨, 뭐 그런 것들을 찾아보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거지요."

김씨는 현재 미국에 있습니다. 뉴욕에서 열리는 국제 펜클럽 축제에 초대 받았고, 보스턴에 들러 하버드 대학 한국학연구소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 지난주 출국했습니다. 그는 이달 중 다시 서울에 돌아와 짐을 챙긴 뒤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가서 약 2달 정도 머뭅니다.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여행 산문을 쓰고, 유럽 다른 나라도 기웃거린답니다. "아내에게 '조금 적게 벌더라도 씀씀이를 줄여 마음 편히 쓰고 싶은 글만 쓰고 살겠다'고 말하자 흔쾌히 동의를 해주었습니다. 저희는 애도 없기 때문에 사실 미래를 위해 저축해야 할 필요도 다른 부부에 비해 훨씬 적기도 합니다."

김씨는 8월에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BC)으로 날아갑니다. 한국문학 번역과 연구가 활발한 대학입니다. 김씨는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집필실을 얻어 새 소설을 쓴답니다. "한 4년 전부터 시작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소설인데 가능하면 밴쿠버에서 초고를 끝낼 생각입니다. 일단은 1년 체류할 계획이지만, 집필에 시간이 더 필요하면 1년 정도 더 연장할 것 같습니다. 캐나다에 머물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도 여행할 생각입니다. 그 기간 중 만약 저를 한국에서 해외작가처럼 초청해준다면 잠깐 올 수도 있겠지요, 하하. "

출국 성명은 없는가라고 물었더니, "그냥 작품 쓰러 가는 것이니, 제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 써서 돌아오겠습니다"라고 그는 씩씩하게 소년처럼 말했습니다.        2008.05.0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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