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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집 아기/ 한 인 현 [애송 동시 - 제 9 편]

수로보니게 여인 2008. 5. 21. 18:50

                                                                                                 [애송 동시 - 제 9 편]

섬집 아기


                한 인 현

 

 

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1950년>  

                                                                                                 ▲ 일러스트 양혜원

 

〈섬집 아기〉는 1950년 4월 《소학생》지에 처음 실렸다. 7·5조의 음수율을 고지식하게 따르는 이 정형시의 배경은 섬마을이다. 엄마는 굴 따러 가고 아기는 칭얼대다가 스르륵 잠든다. 아기를 재운 것은 파도소리다. 파도소리가 천상의 화음을 가진 것은 하느님이 작곡한 자장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굴 따던 엄마는 갑자기 아기 걱정에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서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모랫길을 달려 집으로 간다.

산모가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궁핍하다. 아빠는 어디에 갔을까. 돈 벌러 섬 밖으로 나갔을까. 이 시에는 아빠의 행방에 대한 어떤 단서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낮은 파도소리가 아기의 곤한 잠을 부르는 곳에서는, 그토록 은일함 속에 녹은 평화가 곧 일상인 곳에서는, 불행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다 못 찬 굴바구니"나 가장의 부재 따위가 감히 엄마와 아기의 행복을 어쩌지는 못한다.
아기건 어른이건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없다면 깊은 잠은 없다. 잠은 수난들과 위험들 속에서도 안전할 것이란 믿음의 수락이다. 아기의 잠은 곧 이 세계의 안전과 평화의 지표다.

〈섬집 아기〉는 반세기 넘게 이 땅의 아기들이 듣고 자란 '국민 자장가'다. 얼마나 많은 엄마와 아빠들이 아기를 재우려고 이 노래를 불렀을까. 이
시가 제시하는 바닷가 서경(敍景)은 세계 한편에 깃든 깊은 평화와 안전을 배경으로 삼는다. 그것은 자연과 사람 사이의 조화에서 나온다. 파도소리나 갈매기 울음소리는 슬픔과 고통은 눅이고 행복지수는 키우는 자연의 요소들이다. 이때 섬마을은 하나의 이상향이다.

한인현(1921~1969)은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함흥사범학교를 나오고 서울 은석초등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동시를 썼다. "민, 민들레는 / 꽃 중에서도 장사 꽃. / 큰 바위에 눌려서도 / 봄바람만 불어오면 / 그 밑에서 피고 피는/ 꽃 중에도 장사 꽃."(〈민들레 2〉의 일부)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큰 바위가 큰 나라, 힘센 존재라면, 민들레는 큰 바위에 눌려 사는 작은 나라, 여린 생명들이다. 누르고 밟아도 민들레는 씩씩하게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운다. 시인은 어린아이들의 힘을, 그리고 광복 뒤 탄생한 대한민국의 힘을 믿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눌리고 밟히면서도 피어나는 민들레꽃이 있고, 엄마가 부르는 〈섬집 아기〉를 들으며 민들레꽃처럼 잠든 아기가 있으리라.


                                                                        2008.05.20 23:04 장석주·시인              

                                                                                                                                   

 



섬그늘에


섬그늘에 - 기다림


섬그늘에 - 아리랑 1


섬그늘에 - 아리랑 2


섬그늘에 - 귀가


하얀꽃 찔레꽃


흐르는 시간따라


봄 - 떠나가는 배


봄이 오고
 
땅 그리고 하늘 1


땅 그리고 하늘 2


가을 날의 기억


눈 내린 후


솔아솔아


바다로 가는 길 
 
 
 

               어머니의 바다

                       김종안 (시인)

 

                이른 봄부터 어머니는 

                뜰 앞의 바다를 고르기 시작합니다. 

                돌멩이를 골라내고 

                물이랑을 만들고 

                고기들과 조개들과 해조류의

                씨앗들을 뿌립니다.

                어머니의 노동은 늘 구도자처럼 엄숙합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바다가

                늘 잔잔할 수만은 없습니다.

                세찬 바람을 이기기 위해 지주를 세우고

                넘치는 물을 빼기위해 배수로를 내고

                그리고

                목마른 바다에 호스로 물을 뿌립니다.

                일기예보를 듣지 않고도

                어머니의 예감은 틀린 적이 없습니다. 

 

                여름 내내 호미 한 자루 들고서

                어머니는 종횡무진 바다를 가꿉니다.

                조개를 줍듯 감자를 골라내고

                청각이나 톳을 거두듯 부추를 벱니다.

                농어나 숭어를 낚듯 오이나 개똥참외를 건져 올립니다.

                어머니의 그물질은

                한 번도 허탕을 친 일이 없습니다.

 

                남해에는 고기들의 씨가 말랐다고 하지만

                어머니의 바다는 그런 불황이 없습니다.

                건어를 갈무리하듯

                말린 고추며 콩, 들깨, 팥 등이

                비닐봉지의 주둥이를 묶기 힘들게 합니다.

 

                어머니는 

                항상 바다에 발을 적시고 살지만

                나는

                바다로 들어오는 길목에

                봉숭아와 분꽃을 심는 일밖에

                할 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