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100편 - 제 79편]
투명한 것은 비친다. 통과하며 통과시킨다. 더 많은 것들을 제 속에 '품어 비춘다'. 투명한 속은 제 속을 훤히 드러내며 더 많은 것들을 제 몸에 비추어낸다. 그리고 더 많은 것들은 투명한 속을 깊숙이 열며 '비쳐 들어간다'. 시간의 흔적과 문명의 찌꺼기를 받아들이고 뱉어내는 유리 부스러기의 투명한 속은 보호구역이다. 그 투명한 속은 끝이 없다. 투명한 유리 속 제비꽃처럼, 그 찬란하고 선명하고 쓸쓸하고 고요한 남빛 그림자처럼. 쇳조각, 폐타이어, 유리병, 깡통, 껌종이, 신문지, 비닐 등 산업화의 노폐물들은 흙과 풀뿌리에 뒤엉켜 덮여 있다. "폐차장 뒷길, 석양은 내던져진 유리 조각/ 속에서 부서지고, 풀들은 유리를 통해 살기를 느낀다./ 밤이 오고 공기 중에 떠도는 물방울들/ 차가운 쇠 표면에 엉겨 반짝인다,/ 어둠 속으로 투명한 속을 열어 놓으며"(〈뒷쪽 풍경 1〉)에서처럼, 그것들은 쉽사리 흙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풀과 더불어 성장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들, 오랜 시간 후 흙과 풀뿌리에 깃들어 투명해지고 흙과 풀을 제 속에 품어 비칠 때, 그것들의 투명한 속은 흙과 풀을 통과하며 통과시킨다. 먼지와 녹물과 날카로움과 독성을 잠재우며 또 다른 이슬의 반짝임 쪽으로 뻗어나간다.
2008.04.09 22:44 정끝별·시인
I am work oneself into a world / 나는 스스로 세상 속으로 비집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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