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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의 화로/ 임화(현대시 100년...애송시 36편)

수로보니게 여인 2008. 2. 18. 11:31

 

                                                                                         [애송시 100편-제36편]


우리 오빠와 화로

                      

                      임화

 


사랑하는 우리 오빠 어저께 그만 그렇게 위하시던 오빠의 거북 무늬 질화로가 깨어졌어요

언제나 오빠가 우리들의 ‘피오닐’ 조그만 기수라 부르는 영남(永南)이가

지구에 해가 비친 하루의 모―든 시간을 담배의 독기 속에다

어린 몸을 잠그고 사온 그 거북 무늬 화로가 깨어졌어요


그리하여 지금은 화(火)젓가락만이 불쌍한 영남(永男)이하구 저하구처럼

똑 우리 사랑하는 오빠를 잃은 남매와 같이 외롭게 벽에 가 나란히 걸렸어요


오빠…… 

저는요 저는요 잘 알았어요

왜―그날 오빠가 우리 두 동생을 떠나 그리로 들어가신 그날 밤에 연거푸 말은 궐련[卷煙]을 세개씩이나 피우시고 계셨는지 저는요 잘 알았어요 오빠

언제나 철 없는 제가 오빠가 공장에서 돌아와서 고단한 저녁을 잡수실 때 오빠 몸에서 신문지 냄새가 난다고 하면 오빠는 파란 얼굴에 피곤한 웃음을 웃으시며

……네 몸에선 누에 똥내가 나지 않니―하시던 세상에 위대하고 용감한 우리 오빠가 왜 그날만 말 한 마디 없이 담배 연기로 방 속을 메워 버리시는 우리 우리 용감한 오빠의 마음을 저는 잘 알았어요

천정을 향하여 기어올라가던 외줄기 담배 연기 속에서―오빠의 강철 가슴 속에 박힌 위대한 결정과 성스러운 각오를 저는 분명히 보았어요

그리하여 제가 영남(永男)이의 버선 하나도 채 못 기웠을 동안에 문지방을 때리는 쇳소리 마루를 밟는 거칠은 구둣소리와 함께―가 버리지 않으셨어요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우리 위대한 오빠는 불쌍한 저의 남매의 근심을 담배 연기에 싸 두고 가지 않으셨어요

오빠―그래서 저도 영남(永男)이도 오빠와 또 가장 위대한 용감한 오빠 친구들의 이야기가 세상을 뒤집을 때

저는 제사기(製絲機)를 떠나서 백 장에 일 전짜리 봉통(封筒)에 손톱을 부러뜨리고 영남(永男)이도 담배 냄새 구렁을 내쫓겨 봉통(封筒) 꽁무니를 뭅니다

지금―만국지도 같은 누더기 밑에서 코를 고을고 있습니다


오빠―그러나 염려는 마세요

저는 용감한 이 나라 청년인 우리 오빠와 핏줄을 같이 한 계집애이고

영남(永男)이도 오빠도 늘 칭찬하던 쇠같은 거북무늬 화로를 사온 오빠의 동생이 아니예요

그리고 참 오빠 아까 그 젊은 나머지 오빠의 친구들이 왔다 갔습니다

눈물 나는 우리 오빠 동무의 소식을 전해 주고 갔어요

사랑스런 용감한 청년들이었습니다

세상에 가장 위대한 청년들이었습니다


화로는 깨어져도 화(火)젓갈은 깃대처럼 남지 않았어요

우리 오빠는 가셨어도 귀여운 ‘피오닐’ 영남(永男)이가 있고

그리고 모든 어린 ‘피오닐’의 따뜻한 누이 품 제 가슴이 아직도 더웁습니다


그리고 오빠……

저뿐이 사랑하는 오빠를 잃고 영남(永男)이뿐이 굳세인 형님을 보낸 것이겠습니까

?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습니다

세상에 고마운 청년 오빠의 무수한 위대한 친구가 있고

오빠와 형님을 잃은 수없는 계집아이와 동생 저희들의 귀한 동무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다음 일은 지금 섭섭한 분한 사건을 안고 있는 우리 동무 손에서 싸워질 것입니다


오빠 오늘 밤을 새워 이만 장을 붙이면 사흘 뒤엔 새 솜옷이 오빠의 떨리는 몸에 입혀질 것입니다


이렇게 세상의 누이동생과 아우는 건강히 오늘 날마다를 싸움에서 보냅니다


영남(永男)이는 여태 잡니다 밤이 늦었어요 
                                                             ―누이동생 <1929년>

[이슈] 시인100명이 추천하는 ‘애송時’

        

                                                                     

                                                                                                                                     ▲ 일러스트 잠산

 

임화(1908~1953)는 일제강점기에 사회주의 문학운동을 표방한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APF)의 핵심 멤버로 카프의 서기장을 지낸 시인이자 평론가였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임화는 모던 보이였다. 영화 '유랑'과 '혼가'에서 주연을 맞기도 해 '조선의 발렌티노'로 불리었다. 그는 계급주의 문학의 선봉에 서서 카프를 이끌었지만, 막상 1935년에는 카프 해산계를 직접 내야 했다. 해방 직후에는 서울 종로 한청빌딩에 조선문학건설본부라는 간판을 내걸어 좌익 계열 문인들을 규합했다. 그 후 박헌영을 따라 월북했으나 '미제의 간첩'으로 몰려 처형당했다.

이 시는 사건적이고 소설적인 데서 시의 소재를 찾았고, 소박하고 '된 그대로의 말'을 사용했고,

노동자들의 낭독에 편한 리듬을 씀으로써 카프문학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단편 서사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제사(製絲) 공장 여직공이었다가 이제는 백 장의 봉투를 붙이면 일전을 버는 일을 하는 화자가 오빠에게 보내는 애틋한 편지글 형식이다. '밤을 새워 이만 장을 붙이면 사흘 뒤엔 새 솜옷이 오빠의 떨리는 몸에 입혀질 것입니다'라는 표현으로 봐서 오빠는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로에 '오빠' 혹은 '혁명가의 정신'을 빗대어서,

역경―거북무늬 화로가 깨어지는―이 지금 닥쳐왔지만 굴하지 않고 이겨내겠다는 뜻을 밝혀 놓았다.

임화는 올해로 김기림, 김유정, 최재서, 백철과 함께 탄생 100돌을 맞았다.

임화는 1936년에 '오오 적이여, 너는 나의 용기다'라는 자신의 묘비명을 미리 썼다.

고은 시인은 '만인보 20'에서 '임화'라는 시를 통해 '아직껏 한국문학사에는 버려둔 무덤이 있다/ 마른 쑥대머리 무덤/ 그 무덤 벙어리 풀려 열리는 날/ 그 무덤 속 해골/ 뚜벅 걸어나오는 날/ 임화는 오리라// 아름다운 얼굴 다시 오리라 부신 햇살 뿜어 오리라'라고 써 왕양(汪洋)한 기상의 소유자였던 그를 추모했다. 

    시(詩) 부활을 노래하다                                                                 2008.02.18 01:00 문태준·시인

                                                       

 

"냉장고 문에 '애송시 연재' 오려 붙여 놓았어요"

 전국에 본지 기사 스크랩 열풍

출근하는 김 과장 마음에도…
아이 돌보는 다미 엄마 가슴에도…
詩가 살아 숨쉬다
설 연휴때 가족들 모여 스크랩 북 꺼내놓고 현대시를 화제로…
중학교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스크랩하며 부교재로 활용

                 

"아이들이 시와 늘 접할 수 있게 하고 싶어 냉장고 문에 조선일보 애송시 연재를 오려 붙여 놓았습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회사원 송재창씨)

"남편이 '현대시 100년…'을 스크랩하고 있는데, 깜빡 잊고 출근한 날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전화를 해서 신문을 오려 두라고 당부합니다."(수원에 사는 주부 배경자씨)

1월 1일부터 조선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이 전국의 시 애호가들 사이에 신문 스크랩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문을 오리는 전통적인 방법과 함께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연재된 시를 옮겨 가는 '사이버 스크랩족(族)'들도 생겨나고 있다.

"결혼 후 살림과 육아에 신경 쓰느라 처녀 시절 취미였던 신문 스크랩을 10년 넘게 잊고 살았다"는 주부 박희진씨는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인 두 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스크랩 하는 시간이 더 즐겁다"고 말했다. 박씨는 "시와 함께 실린 일러스트들도 좋아서 다 모으면 멋진 시집 한 권이 완성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지난 설 연휴 때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은 스크랩 북을 꺼내놓고 '현대시 100년…'을 화제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서울 개포동에 사는 윤미향씨는 "연휴 기간 동안 대구에 사는 친정 언니네 집에 들렀는데, 언니가 연재된 시를 모두 스크랩한 것을 보고 반가웠다"고 말했다. 윤씨는 "특히 부정(父情)의 애틋함을 그린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가 설 연휴 첫날인 6일자 신문에 실린 것이 정말 좋았다"며 "친정 아버지 산소를 다녀오는데, 생전에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셨던 아버지의 마음이 새록새록 되새겨지더라"고 말했다.


막연히 "좋다"던 연재 초기의 반응도 회를 거듭하며 구체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다. 독자 윤분옥씨는 "시가 처음에는 신문 안쪽에 실려 '오려내기 불편하다'고 신문사에 전화했더니 바로 가위질하기 좋게 바깥쪽에 배치해 주더라"며 "덕분에 아침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신문을 펼친다"고 말했다. "온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이미 잘 알려진 시들을 소개해 달라"는 의견과 함께 "새로운 시를 만날 수 있어 시 공부를 다시 하는 느낌"이라는 엇갈린 반응도 있었다.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김지수씨는 "학생들과 함께 스크랩 해서 부교재로 활용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지난해 등단한 시인 이무천씨는 "사건과 사고 기사, 지겨운 정치 싸움 때문에 전에는 신문 펼치기가 두려웠다는데, 앞으로 적어도 2개월은 매일 행복에 젖어 살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시 100년…'은 포털 사이트 검색창의 화면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네이버에 접속해 '애송시'라는 키워드를 치면 '현대시 100년…'을 소개하는 블로그(blog)가 500개 이상 쏟아진다. 이는 사이버 공간의 시 애호가들이 조선일보 인터넷 사이트(www.chosun.com)에 개설된 '애송시 100편' 코너에 접속해 시를 퍼 나르고 있기 때문이다. 1월 1일부터 2월 14일까지 조선일보 홈페이지의 접속자 수는 총 6만620건. 이 가운데 1474명이 이 코너에 실린 시들을 블로그나 개인홈피, 카페 등으로 스크랩해 가져갔다.

                                                                    2008.02.18 02:11 김태훈 기자 scoop8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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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윤형주가 읽는 '현대시 100편'

얼마나 깨끗하게 살아보려 했으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시인 윤동주는 나의 육촌 형님이다.

공공연히 말하곤 하는데 나에게 성경 다음으로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 그건 그가 쓴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이다.

사회 지도자들이 수뢰건 청탁이건 횡령이건 무엇인가 의심받을 일이 벌어졌다 하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얼른 꺼내놓는

말이 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

윤동주의 '서시'가 없었더라면 그들은 어디에서 이런 적절한 변명을 찾았을까?

아무리 음반업계가 불황이라 해도 여전히 많은 노래들이 만들어지고 불려지는 세상이다.

올해 통기타 40주년을 맞이하며 그 동안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노래들을 정리해보게 됐다.

그 노래의 가사들을 훑어보니 왜 그리도 덜 세련되고 촌스러웠나 싶다. 당당하지도 못하고 눈치도 보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전할 용기가 없어 끙끙 앓고 괴로워했던 우리 젊은 날의 몸부림을 노래 구석구석에서 발견하게 된다.

     

     "주옥같은 명시 감상하며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생각이 얼마나 감동적일 수 있는지…"

 

그런데 그 가운데는 놀랍게도 참 오래도 참아주고 기다려주고 이해해주며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붙잡고 있었던

사랑의 고뇌와 번민들이 보석처럼 자리하고 있다.요즘 가요들은 가끔 이런 느낌을 주곤 한다.

씹다가 단물이 빠지면 뱉어버리고 마는 껌처럼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는 않은가?

노래는 음정이 있는 메시지다. 그래서 노래에 담기는 가사는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하다.

단어 하나에서 꿈을 발견하기도 하고 단어 하나에서 죽음을 느끼기도 한다.

그 노래가 듣는 이의 마음과 영혼을 어루만져준다 믿는다면 노래의 가사를 쓰는 이들은 시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시인의 귀로 기쁨과 슬픔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는 조선일보에서 연재되고 있는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을 통해 주옥 같은 우리 시대의 명시를 감상하고 분석하면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감동적일 수 있는지를 새삼 느끼고 있다. 그런 감성을 전해줄 그 한마디의 말을 찾아 끝없이 항해하는 과정이 바로 시작(詩作) 아니겠는가? 시를 읽다 보면 무한한 어휘들의 바다를 지나는 것 같다. 시어 한 마디에서 여태 보지 못했던 세상을 만나기도 하고 시어 한 마디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우리의 가장 고귀한 감정을 만나게 된다. 시는 우리 언어의 생명력이요 함께 가야 할 동반자이다. 
                                                                         

                                                                                                       윤형주/가수·한빛기획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