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100편-제32편] ▲ 일러스트 잠산
소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2005년>
김기택(51) 시인은 소에 관한 시를 네 편 썼다. 꾀는 파리를 쫓아내지도 못하는 무력한 소, 무게를 늘리기 위해 강제로 물을 먹인 소, 도살되는 순간 바람이 빠져 나가서 빈 쇠가죽 부대가 되어버린 소에 대해 썼다. 시집 '소'의 표제작인 이 시는 소에 관한 그의 네 번째 시이다. 전작들이 소의 비극적인 몸에 관한 시라면 이 시는 소라는 종(種)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인의 슬픈 시선이 있다. 한마디의 말도 사용할 줄 모르고 다만 울음이 유일한 언어인 소. 오직 끔벅거리고만 있는 소의 눈. 우리가 최초에는 가졌을 혹은 오히려 우리를 더 슬프게 내내 바라보았을 그 '순하고 동그란 감옥'인 눈. 당신에게 내뱉으면 눈물이 될 것 같아 속에 가두어 두고 수천만 년 동안 머뭇거린 나의 말…. 김기택 시인의 시는 무섭도록 정밀한 관찰과 투시를 자랑한다. 그는 대상을 냉정하고도 빠끔히 묘사한다. 그는 하등동물의 도태된 본능을 그려내거나 사람의 망가진, 불구의 육체를 고집스럽게 그려냄으로써 역설적이게도 생명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던 생명의 '원시림'을 복원시켜 놓는다. 시 '신생아 2'에서 '아기를 안았던 팔에서/ 아직도 아기 냄새가 난다/ 아가미들이 숨쉬던 바닷물 냄새/ 두 손 가득 양수 냄새가 난다// 하루종일 그 비린내로/ 어지럽고 시끄러운 머리를 씻는다/ 내 머리는 자궁이 된다/ 아기가 들어와 종일 헤엄치며 논다'라고 그는 노래했다. 이런 시를 한껏 들이쉬면 어지럽고 시끄럽던 머리가 맑아진다. 선홍빛 아가미가 어느새 새로 생겨난다. 2008.02.12 00:07 문태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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