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보니게 여인 2010. 5. 6. 20:54

 

 
이청준, 「새와 나무」 중에서(낭독 천정하, 정인겸) 2010년 5월 6일

   
 
이청준의 「새와 나무」를 배달하며

위인, 작자, 시쟁이……. 모두 남도의 어느 시골마을에 빗새처럼 날아든 한 시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도회로 떠나갔다 잠깐 돌아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고 다시 사라진 형을 둔 사내는 그 형처럼 떠도는 영혼들을 한눈에 알아봅니다. 새를 깃들게 하는 나무처럼, 그는 그들을 맞아들입니다. 도시생활에 지친 나머지 이곳에 내려와 편안히 살고 싶다는 시인은 집터까지 잡아놓았지만, 끝내 그 꿈을 접네요. 시인과 시인의 정착을 바라며 나무를 심던 사내, 오랜 꿈을 접은 그들의 마음에 남도 가락이 흐를 것만 같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빗새처럼 떠돌고, 세상 어딘가엔 그 빗새를 불러 쉬게 하는 나무 같은 사람이 있겠지요. 온갖 색으로 찬란한 봄날, 끝내 발붙이지 못하는 빗새들의 울음소리가 꽃 덤불 사이로 낮게 깔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