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 이름을 상호로 내건 가게들은 왠지 정답고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요. 자기 자신을 걸고 무엇을 만들어 팔거나 고친다는 자존심과 정직함도 느껴지고요. 후미진 뒷골목 어딘가에서 주인과 함께 조용히 늙어가고 있을 이 함승현 옷 수선집에도 한번 가보고 싶군요. 그 실낙원에서는 왠지 조각난 시간이나 기억도 한 땀 한 땀 이어져 새로운 옷으로 태어날 것만 같아요. 별로 손 볼 것도 없는 옷을 들고 찾아가 세상살이에 상처 입고 닳아빠진 마음도 함께 꿰매달라고 하고 싶어요. 아니면, 겨울 햇살을 받으며 묵묵히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그 사람의 등을 유리창 너머로 오래오래 바라보다 와도 좋고요.